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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제재 이상기류 확산에 대비할 때[포럼]

  • 관리자
  • 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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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통일연구원장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전문가패널이 오는 30일 종료된다. 패널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를 지원하며 북한의 제재 위반 실태를 조사하고 알리는 역할을 했다. 안보리에서 활동 기간을 1년씩 연장했는데, 최근 표결에서 15개 이사국 중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중국은 기권) 부결돼 15년 만에 활동이 끝나게 됐다.

 

전문가패널의 종료로 제재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북핵에 반대하는 국가들 중심으로 제재를 유지하며 북한의 위반행위 감시는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중 두 큰손이 빠짐으로써 촘촘해야 할 제재망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신냉전시대의 전개와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0여 년 전과 달리 지금은 미·, ·러 대결이 심해지고 6자회담은 실종됐으며 북핵 문제는 강대국들의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면서 중·러가 한·미를 비판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이 제재 결의를 위반하며 서로를 돕는 지경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국제사회의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박정희 정부의 핵 개발을 막은 비화를 책으로 펴낸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부차관은 최근 북한 핵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말이라고 했다. 3월 초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도 과거엔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시키는 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핵 사용을 막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북핵 위협을 현실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제재가 더 약해질 것이란 우려를 자아낸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른바 중간단계라는 애드벌룬을 띄우며 북한이 핵 개발을 일정 수준에서 멈추면 제재를 해제하는 타협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 측의 고위 관계자 역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동결하고 미국은 제재를 해제하는 타협이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11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핵 동결과 제재 해제를 맞바꾸게 될 게 거의 확실하다.

 

게다가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일 정상회담을 매몰차게 거절는데도 양국 관계 개선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는 기시다의 약점을 잡은 북한이 협상의 주도권을 쥔 형국이다. 직전 문재인 정부 시절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서울을 따돌리고 도쿄(東京)를 디딤돌로 삼아 백악관으로 직행하겠다는 것이 평양 측의 계산이다.

 

제재가 북한에 어느 정도 고통을 줄 수는 있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이 보여주듯 이미 가진 핵을 포기시키지는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롤리스 부차관과 러캐머라 사령관의 말대로, 이제는 비핵화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리고 확고한 방어 체제를 갖춰야 할 때다. 인민의 생활 향상을 위해 자본주의, 공산주의를 가리지 않았던 덩샤오핑(鄧小平)흑묘백묘(黑猫白猫)’처럼 안보 자강(自强)을 위해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해 모든 수단을 마련한다는 각오로 국가안보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출처: 문화일보(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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