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지난 6일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31회에 이어 김정은 집권 이후의 누계로는 총 231번째 발사다. 연도별로는 2022년 43차례 103기, 2023년 31차례 56기, 그리고 2024년 20차례 70여 기에 이은 2025년 들어 첫 미사일 발사 도발이다. 김 위원장은 ‘그 어떤 조밀한 방어 장벽도 효과적으로 뚫을 수 있는 무기’로 자랑했고, 조선중앙통신은 음속 12배로 1500㎞ 떨어진 목표 수역에 정확하게 탄착했다고 했다. 우리 합참은 비행거리는 1100㎞였고, 변칙기동도 없었다며 북한의 발표가 과장됐다는 입장인 듯하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언론은 ‘왜 지금 쏘았는가’를 묻고 정치적 동기를 따지길 좋아한다. 하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미사일 시험발사는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하기 위해 실시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명절이나 기념행사에 맞춰 무력을 과시했고, 미국의 새 정부와 협상이 예상되거나 체제 단속이 필요할 때면 미사일을 쏘곤 했지만, 정치적 동기는 발사 시점과 방법을 조정하는 부수적인 변수다. 따라서 정작 중요한 것은 북한이 정말로 극초음속 미사일 강대국이 됐는지, 그게 사실이라면 남북 간 미사일 격차가 의미하는 안보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사안의 핵심이어야 한다.

북한은 ‘극초음속’을 주장하며 2021년 최초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포함해 적어도 5차례나 극초음속 발사체를 시험발사했다. 그때마다 북한은 ‘화성-8’ ‘화성-12나’ ‘화성포-16나’ 등 새로운 명칭의 미사일들을 선보이면서 기술적 진화를 과시해 왔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선두 주자는 일찍이 개발에 나서 지금은 아방가르드(RS-26)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대지 킨잘, 함대함 지르콘 등을 실전 배치한 러시아와 둥펑-17과 둥펑-27, 초음속 궤도폭탄 등을 배치한 중국이다.

최근에야 준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다크 이글’을 배치하기 시작한 미국은 추격자로서 군별로 극초음속 활공체(HGV)와 순항미사일(HCM)을 개발하는 중이다. 2023년에는 이란이, 그리고 2024년에는 인도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고, 한국·일본·프랑스·영국 등이 그다음 주자군이다.

이런 과정을 종합하면, 북한이 인도 및 이란과 함께 세계 4위권의 극초음속 미사일 강대국이 아니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극초음속 무기는 목표물에 접근하는 속도가 음속 5배 이상이고 변칙기동이 가능하므로 현존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북한이 핵 탑재 극초음속 미사일을 대량 배치하고 한국을 겁박할 때 정부와 군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그리고 북한이 이런 무기로 미국령 괌과 주일 및 주한 미군기지들을 쉽게 타격할 수 있게 되는 경우 대한(對韓) 확장억제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도 2007년부터 스크램제트 엔진, 극초음속 응용, 초고속 공기흡입 엔진 등을 연구하면서 공대지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 중이지만, 정치적 혼란에 빠진 지금 이 문제에 순조롭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특히, 지금은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요직들이 비어 있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은 정부와 정치권이 국방 문제의 엄중성을 직시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출처: 문화일보(202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