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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무제 대법관의 아름다운 귀향(펌)
 관리자(2014-09-22 08:56:37, Hit : 1135)  


2004년 7월 29일자 본지의 1면 톱기사는 '조무제 대법관 아름다운 귀향'이었다. 조 대법관이 다음 달 퇴임 후 모교인 동아대로 돌아와 후학들을 가르친다는 내용이었다.

시골 할아버지의 미소를 띤 조 대법관의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의 반향은 컸다. 역대 대법관은 물론 헌법재판관까지 포함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최초의 사례였다. 기사는 분명한 특종이었고 또 이는 '예고된' 특종이기도 했다.

사회부장이었던 기자는 전날 아침, 집으로 걸려 온 법조 출입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조 대법관의 동아대행 확인'이라는 보고 속엔 "대단한 걸 건졌다"는 흥분보다는 "과연 예측이 맞았다"는 감탄이 배 나왔다. 그는 몇 달째 동아대를 포함해 부산지역 대학들을 체크해오던 중이었다. 퇴임을 앞둔 대법관을 놓고 서울의 유수한 법무법인들이 수십억 원씩을 들여 스카우트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던 무렵부터다.

그러나 "후배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변호사 개업을 안 할 것"이라는 게 본지의 판단이었다.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 부(富)를 외면하고 학생들에게 간다고? 이 말도 되지 않을 예측을 의심하지 않게 하는 사람이 그였다. 그날 대법관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알리는 기사엔 '거액 보장 법무법인 뿌리쳐, 법관생활 35년 총재산 2억'이라는 작은 제목도 함께 실렸다.

올 초여름 해거름께 회사 근처에서 차를 몰던 기자는 그만 조 전 대법관을 칠 뻔했다. 골목 언덕길에서 차를 빼 나오다 살짝 미끄러지는 바람에 마침 그 앞을 걸어가던 노인이 움찔하며 피했다. 깜짝 놀라 보니 조 전 대법관이라 민망하고 죄송해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었더니 차 쪽은 보지도 않고 그냥 걸어간다.

부산지법의 요청으로 명예직이기도 한 민사조정센터장을 맡아 후배 법관들을 돕고도 있는 그는 지금도 법조타운에서 부산교대 앞,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되밟아 퇴근하곤 한다. 하기는 대법관 6년 동안에는 서울의 오피스텔에서 직접 밥을 지어 드시면서 지낸 양반이니….

조 전 대법관이 부산지방법원장으로 재임하던 13, 4년 전에 법조를 출입하던 기자는 후배 법관들이 법원장에 대한 언론 보도에 터뜨리는 불만 아닌 불만을 듣곤 했다. "언론이 하도 '법원장님의 청빈'만 강조하는 바람에 누구나 승복하는 실력이 오히려 가려진다"는 푸념이다. 이미 소장 법관 시절부터 '장래의 대법관'이란 평가를 받고 '부산에 조무제가 있다'는 말을 듣던 그다.  

그는 부산법조계의 자부심이기도 한 부산판례연구회를 만들었다. 부산고법이 개설된 지 1년 후인 1988년 11월, 13명의 판사들이 모여 발족한 판례연구회는 이후 재야 변호사, 학계 인사들까지 참여하면서 수준 높은 법률이론 전개로 전국의 법조인 모임 중 가장 모범적인 연구회가 됐다. 임종을 앞둔 재판 당사자를 위해 병원까지 찾아가 출장 재판을 벌일 정도로 권리 구제에 적극적이었던 김종대 헌법재판관, 박용수 전 부산고법원장 등이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누구도 범접 못할 청렴함과 실력을 갖추면 외경의 대상이 된다. 그 외경 속에는 다소간의 '불편함'과 '어려움'이 섞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후배 법관들이 조 대법관을 이야기할 때면 번지던 따뜻한 분위기를 기자는 기억한다. 친근함과 자랑스러움, 존경과 애틋함이 섞인 그런 분위기를.

영국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지만 프랑스는 '흔들리기는 흔들려도 가라앉지 않는 나라'였다. 그 근저엔 좌와 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지도자들의 청빈이 있다. 하야한 드골은 파리에 집이 없어 로렌 지방 시골로 낙향했고, 퐁피두는 파리의 낡은 아파트에, 지스카르 데스탱은 손수 차를 몰고 옛집으로 돌아갔다. 14년 최장수 기록의 미테랑도 파리의 서민 아파트에서 여생을 마쳤다. 나라를 동강 낼 것 같은 이념 대립에도 프랑스가 프랑스인 이유다.

어제 총리후보자가 지명됐지만 조 전 대법관을 두고 하마평이 나올 때 '고사하실 것'이란 게 기자의 생각이었다. 한편으론 '받아들였으면'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의 부하직원들과 후배들이 존경하는 상사, 선배를 보며 가지던 행복감을 우리 국민도 가질 수 있었으면 해서다.

존경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그건 아주 멋진 일이다.

국제신문 권순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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