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케인 美 합참의장이 공습 주도

"위대한 장군" 극찬 받고 실세로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26일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21일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한밤의 망치’ 작전을 계기로 미군 최고지휘관인 댄 케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 도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공습 단행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공격에 참여한 위대한 ‘레이진 케인(Raizin’ Caine)’ 장군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레이진’은 공군 F-16 조종사 출신인 케인의 콜사인(작전 수행 때 부르는 별칭)으로 발음이 비슷한 ‘소동을 일으키다(Raising Cane)’는 관용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투기를 거칠게 몰던 파일럿 시절의 습관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케인의 호전성을 잘 보여주는 별명이기도 하다.

케인은 이달 초 트럼프와 참모들이 이란 핵시설 공습을 처음 검토할 때부터 조종사 보호, 이란 보복 공격에 대한 방어 방안 등을 적극 제시했다.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미국이 중동 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주저하고 있을 때 케인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지도를 펴 놓고 복안을 설명하며 작전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높였다고 한다. WSJ는 “케인은 이란 핵 시설 공격 전후 일주일 동안 거의 백악관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트럼프의 질문에 답했다”고 했다.

21일 포르도와 이스파한 등 이란 내 3개 핵 시설에 대해 이뤄진 미군 공습은 케인이 제시했던 것과 대체로 일치하게 이뤄졌고, 그가 보인 자신감이 트럼프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WSJ는 전했다. 케인은 지난 22일과 26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한밤의 망치’ 작전을 브리핑했고, 공습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언론에 대한 일방적 비난과 트럼프를 옹호하는 아부성 발언으로 일관한 예비역 소령 출신 헤그세스와 달리 예비역 중장으로 차분하게 자료와 수치를 인용하며 설명에 임하는 케인의 모습이 대조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실제 트럼프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여태까지 본 것 중에 가장 훌륭하고 전문적이고 확실한 기자회견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케인은 지난 2월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이 전격 경질되면서 후임으로 발탁됐다. 브라운은 역대 두번째 흑인 합참의장이었다. 케인은 국방부 차관을 지냈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으로도 근무했지만 예비역 공군 중장 신분으로 합참의장에 발탁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당시 미 정치권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용돼 군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주도하던 브라운이 눈밖에 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트럼프는 합참의장 교체 인사를 단행하면서 “케인이 이전 행정부에서 합참에서 근무할 만큼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존경받았지만 바이든이 진급을 배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케인은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이라크를 찾은 트럼프에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 진행 상황을 브리핑한 것을 계기로 트럼프 눈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군 관계자는 WSJ에 지난해 대선 자금 모금 행사에서 트럼프가 “다른 군 지도자들은 IS를 신속하게 물리칠 수 없다고 했는데, 오직 케인만이 박살낼 수 있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케인의 직설적인 답변에 트럼프가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