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공감한다면서 여당 강경파 의원들이 발의한 검찰청 폐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등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의 추석 전 입법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검찰청법 제정 이후 76년간 유지돼온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근본부터 뒤집는 법안을 당사자인 검찰과 법조계는 물론이고 야당과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는 공론화·숙의 과정도 없이 3개월 안에 속도전으로 완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때 검경수사권 ‘조정’만으로도 수사 지체 등 큰 국민 피해가 발생했던 만큼 검찰청 폐지가 가져올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수사기관 난립에 따른 문제점 등도 철저히 살펴야 한다. 형사소송법과의 충돌과 모순을 일일이 따져 고쳐야 한다. 더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도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헌법 제12조·14조, 검찰총장 명칭이 명시된 헌법 제89조 등을 들어 ‘4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이 개혁을 넘어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며 드는 명분이 ‘정치검찰’이다. 검찰이 중립성을 잃고 권력에 충성해 여권에 봐주기, 야권엔 표적수사를 해서 문제라는 것인데, 설사 그렇다 쳐도 검찰 해체까지 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김건희 수사를 보면 권력에 ‘알아서 긴다’는 지적은 타당성이 있을 수 있지만, 야당 시절 이재명 대표나 더불어민주당 관련자 수사와 기소가 모두 조작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그랬다면 법원에서 유죄선고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정치검찰의 문제는 검사보다 ‘정치’에 원죄가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관여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검찰 수사팀이 한꺼번에 지방이나 연수원 등 한직으로 쫓겨나는 인사로 공중분해 됐다. 윤석열 정부 때는 김건희 수사를 밀어붙이던 서울중앙지검장이 갑자기 바뀌고 대통령 측근인 전주지검장이 그 자리로 영전했다. 검사가 법대로 수사할 수 있게 하는 게 최고의 개혁이고, 그걸 가능케 하는 게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보다 독립적이면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해 대통령 인사권은 절차적인 것으로만 축소하면 정치검사 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

출처: 문화일보(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