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일 기상천외한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TF’를 발족했다. 자신들에 불리한 사건은 모두 정치검찰의 조작이라고 주장해온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조작기소대응TF’는 단연 압권이다. 특히, 이 TF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대장동 개발 비리’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 정치자금 수수’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비리’ 등을 진상규명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대목에선 기가 막힌다.

이재명 대통령도 연관돼 기소된 대북송금과 대장동 사건이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건 ‘충성 경쟁’이라고 치더라도,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불법정치자금과 뇌물 10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용 사건까지 조작이라고 한 건 너무 심했다. 1·2심 판사들까지 검찰 조작에 눈감고 유죄선고했다는 억지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징역 7년8개월을 대법원에서까지 확정받은 대북송금 사건도 마찬가지다.

더 가관은 4대 조작 기소 대상에 뜬금없이 ‘알펜시아 입찰 비리’ 사건을 포함한 것이다. 강원 평창의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과정에서 KH그룹이 강원도로부터 입찰 가격 등 미공개 정보를 넘겨받아 KH 계열사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을 반복하면서 200억 원 정도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송금, 주가조작 사건에도 연루된 배상윤 KH 회장은 2022년 6월 해외 도피했고, 최문순 전 강원지사는 최근 기소됐다. 베트남에 있다는 배상윤이 지난달 24일 보도된 SBS 인터뷰에서 “대북송금은 이재명 지사님과 경기도하고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 3년째 해외 도피 중인 범죄 피의자의 입에서 신빙성이 확인되지도 않은, 속이 뻔히 보이는 일방적인 주장이 나오자 집권당 최고위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진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조작기소대응TF’를 치고 나왔다.

그래도 대북송금 사건만 조사하자고 멈췄으면 좋았는데, 대장동에 이어 김용으로 욕심을 넓히더니 알펜시아 사건까지 조작 기소 대열에 포함했다. 국민 보기에 민망해도 배상윤에게 성의 표시하는 게 더 급하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8월에 귀국한다는 배상윤이 더 적극적으로, 더욱 유리한 방향으로 입을 열어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게 조작 기도 아닌가.

출처: 문화일보(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