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캡틴’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와의 10년 여정을 마무리하고 미국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는 아시아 선수로는 여러 최초 기록을 세우며 EPL 역사에 레전드로 남았다. 2020년에 약 70ｍ를 단독 질주해 넣은 환상적인 골로 한국 선수 최초로 ‘푸스카스상’을 받았고, 2022년에는 아시아 선수 처음으로 EPL 득점왕(23골)에 올랐다. 또 올해 5월에는 팀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유럽은 세계 축구의 중심 무대다. 박지성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 EPL에 진출한 첫 번째 한국인이다. 그는 2003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한 뒤, 2005년 잉글랜드의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한국인 EPL 1호의 주인공이 됐다. 2007년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지성 이전에 차범근이 이미 유럽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갈색 폭격기’로 명성을 떨쳤다. 프랑크푸르트(1979~1983년), 레버쿠젠(1983~1988년)에서 10년간 98골을 기록하며 최고의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태극호를 지휘했다. 그는 유럽 무대에서 ‘월드클래스’의 면모를 처음으로 보여준 한국 축구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런데 유럽 진출 1호는 차범근도, 박지성도 아니다. 유럽 무대에 첫발을 디딘 선수는 허승표(사진)였다. 그는 1972년 잉글랜드로 축구 유학을 떠나 아스널과 코번트리에서 활동했다. 1972~1973시즌에는 아스널 2군에 있었고, 이듬해에는 코번트리 2군에서 활약했다. 당시 자국 선수 보호규정이 있어 1부 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후 1978년, 차범근이 독일 분데스리가의 다름슈타트에 입단하며 한국 선수의 본격적인 유럽 빅리그 도전이 시작됐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