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게티이미지뱅크

8월 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다. 왼손잡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0%쯤 된다. 이런 비율은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비교적 꾸준히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

왼손잡이들은 역사적으로 차별의 대상이 되어 왔다. 기원전 3000년경 사용된 고대 인도-유럽어에는 ‘오른쪽(의)’을 뜻하는 단어는 있었으나, ‘왼쪽(의)’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왼쪽(의)’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으나, 대부분 불길하고 두려운 의미로 쓰였다. 영어 단어 ‘sinister’(불길한·나쁜·왼쪽의)가 그 한 예다. 야구와 권투에서 왼손잡이를 뜻하는 사우스포(southpaw)의 ‘포(paw)’ 역시 손을 낮춰 부르는 표현이다. 왼손잡이 차별이 심한 곳에서는 왼손잡이를 드러내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왼손잡이는 열등하거나 콤플렉스를 가질 이유가 없다. 세계 역사를 바꾼 위대한 왼손잡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고대 이집트의 람세스 2세, 알렉산드로스 대왕, 정복자 카이사르·나폴레옹, 르네상스를 이끈 레오나르도 다빈치·미켈란젤로·라파엘로, 과학의 거장 뉴턴·아인슈타인,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니체·괴테, 음악가 베토벤, 화가 피카소, 작가 안데르센·트웨인, 과학자 마리 퀴리, 인도의 간디,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 기업인 헨리 포드·빌 게이츠, 미국 대통령 클린턴·조지 W 부시·오바마 등이 모두 왼손잡이다. 왼손잡이가 ‘마이너리티(minority·소수파)’이지만, 성공하는 데 전혀 제약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전체 인구에서 왼손잡이 비율이 줄어들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불교계 큰스님 성철이 법어를 남겼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달리 말하면 ‘오른손은 오른손이고 왼손은 왼손이다.’ 오른손과 왼손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단지 하나는 오른쪽에 있고, 다른 하나는 왼쪽에 있을 뿐이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