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한국 공군의 할머니’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권기옥(사진)이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가 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하늘로 날아오른 대한민국 여성은 3명이다. 박경원(1897∼1933), 권기옥(1901∼1988), 이정희(1910∼?)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마음속에 날개의 꿈을 품었던 선구적 여성들이었다.

조선인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그린 영화 ‘청연’(靑燕·2005년)이 상영되면서 한때 ‘여성 비행사 1호’를 둘러싼 혼선이 생긴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는 권기옥이다. 박경원은 ‘한국인 최초의 민간 여성 비행사’일 뿐이다. 권기옥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 때가 1925년, 박경원이 일본 가마다(蒲田)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3등 비행사 자격증을 딴 때가 1927년이다. 권기옥이 박경원보다 2년 정도 앞선다.

권기옥은 남편 이상정(독립운동가·시인 이상화의 형)과 함께 항일 독립운동에 뛰어든 투사였다. 3·1운동 당시 평양 만세 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돼 모진 옥고를 치렀고, 이후 중국으로 망명했다. 임시정부의 추천을 받아 중국 윈난(雲南)항공학교에 입학해 혹독한 훈련 끝에 비행사 자격을 취득해 대한민국 첫 여성 비행사가 됐다. 이후 중국 항공대에 들어가 비행기 조종사로 항일 무력투쟁에 직접 참여했다.

권기옥이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라는 사실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입증된다. 공군사관학교 공군박물관(충북 청주 소재)에는 “권기옥은 중국 윈난항공학교 1기 졸업(1925년)으로 한국인 최초의 여류 비행사이며, 중·일 전쟁에 참가해 총 7000시간을 비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국가보훈처 자료집에도 권기옥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