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고교 자퇴생 수가 역대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고등학교 자퇴생은 1만8498명으로 2020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일반고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은 3곳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였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 2.7％로 가장 높았고 송파구가 2.1%였다. 일반고 한 학년 평균을 300명 안팎으로 잡을 때 학년별 평균 6∼8명이 자퇴하는 셈이다.

교육열이 뜨거운 한국에서 1980년대까지 자퇴는 눈물겨운 일이었다. 대부분 생계나 가족 부양 등 경제적 이유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한국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1990∼2000년대에는 학교 부적응, 교우 관계, 학교폭력 같은 새로운 관계의 위기가 급부상했다. 이어 2010년대 이후부터 자퇴는 ‘전략’이 됐다. 검정고시, 조기 진학, 유학 등을 위한 자퇴가 급증했다. 실제로 2014∼2018년 사이 ‘학교 부적응’에 의한 자퇴는 54%에서 30%로 감소한 반면, 검정고시 등 기타 이유는 22.7%에서 49.2%로 늘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 교육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1980∼1990년대 평준화 정책과 본고사·학력고사 폐지, 수능 도입 등 거의 매년 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도가 바뀌면서 사교육을 폭발시켰고, 2000∼2010년대엔 수시가 확대되고 내신이 강화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자퇴 후 정시·논술에 집중하는 선택을 하게 했다. 학교가 친구를 사귀고 인간으로 성숙해지는 ‘공동체’가 아니라 ‘입시준비기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번엔 올해부터 일반고에 전면 적용된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자퇴를 고민하게 한다.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의도와 목표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기에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9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불쑥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에 공감한다”며 또 교육정책 불안에 불을 댕겼다. 교육부는 22일 급히 “장관 개인의 입장으로 정부 공식 정책은 아니다”라고 진화했지만, 입시정책 대전환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이 촌극은 학생들이 왜 학교 밖을 고민하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교육부 무용론’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출처: 문화일보(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