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예로부터 남과 북을 나누는 거대한 자연의 경계였다.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에게 한강은 도시의 남쪽 경계이자, 동시에 강남으로 향하는 관문이었다. 왕래는 주로 ‘배다리(舟橋)’, 즉 배를 연결한 임시 부교(浮橋)에 의존했다. 1900년 7월 한강철교가 개통됐다. 그러나 이 다리는 철도 전용 교량이어서 일반 시민은 건널 수 없었다.

흔히 한강의 첫 다리를 ‘한강대교(漢江大橋)’라고 생각한다. 이는 절반의 진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강 다리는 ‘한강인도교(漢江人道橋·사진)’다. 한강대교는 바로 그 다리에서 발전한 ‘2세대 다리’였다.

1917년 10월, 사람과 차량이 직접 건널 수 있는 최초의 보행자 전용 다리인 ‘한강인도교’가 준공됐다. 말 그대로 ‘한강 위에 놓인 첫 인도교’다. 당시 사람들은 “물살에 떠밀리지 않고도 남쪽으로 간다”며 신기해했고, 한강인도교는 곧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여름밤이면 다리에 화려한 장식 전등이 켜져 산책객들이 몰려들었다. 목재로 만들어진 다리는 길이 약 500m, 폭은 2m 남짓으로 보행자만 통행할 수 있었다. 총공사비는 약 209만2000원에 달했다. 이후 목재 다리가 낡고 위험해지자, 조선총독부는 1937년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새 다리를 건설했다. 이때 붙은 공식 명칭이 바로 ‘한강대교’였다.

즉, 한강대교는 완전히 새로운 다리가 아니라 한강인도교를 개량·확장한 결과물이었다. 해방 이후에도 한강대교는 수차례 재건됐다. 1950년 6·25전쟁 당시 국군이 퇴각 과정에서 한강대교를 폭파했고, 전쟁이 끝난 뒤인 1958년에 복구됐다. 현재의 한강대교는 여러 차례 확장과 보수를 거친, 근대 서울의 상징이자 한국 교량사(橋梁史)의 산증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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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일보(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