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조선 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왕릉이란 왕과 왕비(대한제국의 황제와 황후 포함)의 무덤으로, 모두 풍수의 명당 논리에 따라 터를 잡아 조성했다.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서울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왕릉이 모여 있는 곳은 구리시의 동구릉(東九陵)이다.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문종(5대)과 왕비의 현릉, 선조(14대)와 두 왕비의 목릉, 인조(16대)와 왕비의 휘릉, 현종(18대)과 왕비의 숭릉, 경종(20대)과 왕비의 혜릉, 영조(21대)와 왕비(계비)의 원릉, 추존왕 문조(효명세자)와 왕비의 수릉, 헌종(24대)과 두 왕비의 경릉까지 총 9개의 왕릉이 서울의 동쪽에 함께 있다고 해 동구릉이라 부르고 있다.

이곳에 처음으로 자리 잡은 왕릉은 당연히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이다. 지금은 숲이 우거져 알아보기 쉽지 않지만 북쪽으로 주산(133m)이 솟아 있고, 동쪽으로 좌청룡(121m), 서쪽으로 우백호(177m), 남쪽으로 안산(65.8m)의 산과 산줄기가 빙 둘러싸고 있다. 건원릉 좌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를 비롯해 곳곳의 계곡에서 내려온 물이 한곳에 모여 좌청룡과 안산 사이의 동남쪽으로 빠져나간다. 지형의 전체적 모습과 물줄기의 흐름이 서울과 거의 흡사한 풍수의 명당이다. 이후 조성된 8개의 왕릉 권역은 방향을 달리하면서 각각의 주산-좌청룡-우백호-안산의 형국을 갖추고 있다. 어떤 왕릉의 좌청룡이 어떤 왕릉에서는 우백호가 되는 형식이다.

동구릉은 산과 산줄기로 둘러싸인 산속에 있어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동남쪽의 진입로로 들어가 정문에 해당되는 홍살문 근처에 이르러야 정자각과 언덕 위의 왕릉을 볼 수 있다. 일정 지점에 이르기까지 궁궐을 보지 못하게 만든 서울과 동일한 구조다. 우리나라의 고대 고분을 중형·대형·초대형·초초대형으로 나눈 기준으로 본다면 동구릉 조선 왕릉의 봉분은 중형을 넘지 못한다. 고대 고분과 비교하면 작아도 너무 작다. 풍수의 핵심이 이것일지 모른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출처: 문화일보(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