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 기자

BC 5년 중국 漢書에 기록된 "70여일 관찰된" 혜성에 주목... 英천문학회 저널 발표

지구 옆 40만 ㎞ 지나면, 수시간 베들레헴 하늘에 '멈춘 것'같은 착시 일으켜

신약성경 마태복음은 예수의 탄생과 관련해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유대인의 왕’이 태어날 것을 예고하는 한 별을 따라 예루살렘까지 오고, 또 앞서 인도하던 그 별이 베들레헴의 아기가 있는 곳에 머물러 서자 아기 예수를 만나 경배한다고 전한다.

그러나 작은 마을 위에 천체가 정지해 머문다는 것은 비(非)기독교인에게는 신화나 허구일 뿐이다. 실제로 수세기 동안 천문학자들은 이 ‘베들레헴의 별’을 놓고 진실 논쟁을 벌였다.

그런데 미 항공우주국(NASA)소속 행성과학자인 마크 매트니는 최근 발간된 영국 천문학회 저널(Journal of the British Astronomical Association)에서 이 별의 기묘한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그 답은 약 2000년 전에 지구와 거의 충돌할 뻔했던 혜성에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마크 매트니/NASA

매트니는 중국 기원전 5년(5 BC)에 고대 중국 왕실이 기록한 봄부터 70일 이상 관측된 밝은 혜성에 주목했다. 이 혜성의 관찰 기록은 기존에도 알려졌었다.

한서(漢書)의 제26권 천문지(天文志)는 “한나라 애제(哀帝) 건평(建平) 2년 2월에, 혜성이 견우에 출현해 70일 이상 보였다”고 기록했다.

매트니는 “건평 2년 2월은 기원전 5년 3월9일부터 4월6일에 해당해, 이는 예수 탄생 시기를 추정하는 범위와 정확히 겹치며, ’70일 이상 보였다’는 것은 그 천체가 상당히 밝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역사를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기원 전후로 나누는 것은 서기 525년에 로마의 수도사이자 학자였던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가 처음 시작했지만, 역사학자들은 사실 예수의 탄생 시기를 기원전 6~5년으로 본다. 마태복음에서 동방 박사들이 만났고 이후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났다는 아기를 죽이려고 2세 이하 영아 살해를 지시했다고 기록된 헤롯 대왕은 기원전 4년에 숨졌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정설(定說)이기 때문이다.

매트니의 ‘공헌’은 새로운 분석 기법을 사용해, 중국의 이 혜성 관측 기록과 일치하는 여러 궤도를 모델링했고, 일부 궤도에서는 혜성이 지구에 매우 근접해서 수 시간 동안 지상에서 볼 때에는 마치 하늘에 정지돼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점이었다.

매트니는 이 혜성이 지구와 달 사이 거리 만큼이나 가까운 38만~40만 ㎞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를 지나간다면, “낮에도 쉽게 보였을 것이고 엄청나게 밝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에서 매트니는 2014년 10월19일 사이딩 스프링 혜성이 화성에 14만 1000 ㎞까지 접근해 지나간 것을 예로 들어, 혜성이 지구를 이렇게 근접 통과하는 것은 “드물지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매트니의 재구성에 따르면, 유대 땅에서 이 현상은 기원전 5년 6월의 어느 아침에 일어났다.동방에서 남쪽으로 그 별을 따라온 박사들의 눈에는 그 혜성이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앞서 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고, 베들레헴 도착 무렵에는 “머리 위에 머무는 것”처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이렇게 근접해서 지구를 지나는 혜성은 엄청나게 밝기 때문에, 동방박사들은 오전 중반에도 그 ‘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시간 동안, 지구가 자전의 속도와 이 혜성의 이동속도가 우연히 거의 같아서, 동방 박사들은 혜성이 하늘 위에 거의 멈춘 것처럼[착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현상을 ‘일시적 정지궤도 운동(temporary geosynchronous motion)’이라고 부른다.

성경에는 예수의 탄생일이 기록돼 있지 않다. 고대 로마에서는 동지(冬至) 이후 해가 다시 길어지는 시점, 즉 태양이 ‘부활’하는 12월25일을 태양신 축제로 기념했고, 이후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된 기독교가 이를 성탄절로 흡수한 것이다. 로마 가톨릭ㆍ개신교와 달리, 대부분의 정교회는 1월7일을 성탄절로 기념한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동방박사들의 경배'(1475)

매트니는 저널 논문에서 “이 혜성은 마태복음의 묘사와 외견상 일치하는 운동을 보인 최초의 실제 천문 후보”라고 밝혔다. 중국 문헌에서 이 혜성이 몇 달동안 보였다는 점도, 마태복음에서 동방의 박사들이 오랫동안 이 ‘별’을 관찰해왔다고 암시하는 것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고대 세계의 점성술에서 혜성은 체제 변화나 왕의 탄생, 신적 개입 등과 같이 특별한 사건을 암시하는 천문학적인 징조였다. 따라서 점성술을 연구하는 동방의 현자(賢者)들이 그 혜성을 따라 답사를 떠나는 것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물론 이게 ‘크리스마스 스타’를 둘러싼 미스터리의 최종 해결은 아니다. 천문학계에는 그동안 400개 이상의 경쟁적인 가설, 이론이 제시됐다고 한다.

17세기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기원전 7년의 목성ㆍ토성 대근접을 주장했고, 어떤 이들은 갑자기 등장한 초신성(supernovaㆍ별의 최후를 알리는 거대한 폭발)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많은 이에게 이 ‘베들레헴의 별’은 여전히 그저 ‘신화’일 뿐이다.

출쳐: 조선일보(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