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게티이미지뱅크

연말이 되면 세계 곳곳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12월 25일’은 너무도 당연한 크리스마스 날짜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라는 인식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 기준은 아니다. 국가와 종교 전통에 따라 성탄절을 기념하는 날짜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일부 교회, 조지아, 세르비아, 몽골 정교회, 에티오피아 정교회, 이집트 콥트교회, 예루살렘 정교회 등은 성탄을 12월 25일이 아닌 1월 7일에 기념한다. 또 일부 동방 교회에서는 1월 6일을 예수 탄생일로 기념하기도 한다.

이처럼 날짜가 달라진 이유는 단순한 관습의 차이가 아니라 달력 체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상당수 정교회는 여전히 율리우스력을 사용하거나,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을 절충한 별도의 교회력을 따른다. 율리우스력 기준의 12월 25일은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면 13일 뒤인 1월 7일에 해당한다. 정교회는 서방 가톨릭이 도입한 그레고리력 개혁을 단순한 날짜 조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교회의 권위와 전통을 흔드는 문제로 인식됐고, 그 결과 달력 변경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같은 나라 안에서 ‘두 번의 크리스마스’가 공존하는 사례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 정교회 전통이 강한 지역에서는 1월 7일을 공식 성탄절로 지키지만, 서구 문화에 익숙한 일부 시민들과 개신교·가톨릭 신자들은 12월 25일에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역시 정교회 전통에 따라 1월 7일을 성탄절로 지키면서도, 국가 차원에서는 경제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12월 25일 축제를 병행하기도 한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