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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의 변신[오후여담]

  • 관리자
  • 26.09.26
  • 21

최현미 논설위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가 18일 누적 관객 1100만 명을 넘겼다. 전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답게 아이맥스 상영관 예매 전쟁이 뒤따랐다. 앞서 ‘왕과 사는 남자’도 올해 1692만 명을 모았다. 두 초대형 흥행작은 극장가에 모처럼 훈풍을 불어넣었다. 1∼8월 누적 관객은 872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9% 늘었다. “볼 만한 영화는 극장에서 본다”는 말이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도 극장은 문을 닫는다. 메가박스 신촌점은 21일, 20년 영업을 마쳤고 동대문점도 30일 문을 닫는다. 지난달에는 CGV 판교, 롯데시네마 합정과 부평이 간판을 내렸다. 관객은 줄고 임대료와 인건비는 오르지만, 영화관은 더 이상 영화를 보는 유일한 장소가 아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3사의 영화관 수는 419개로 지난해 말보다 9개 줄었다. 연말에는 더 감소할 전망이다.

 

‘극장가’라는 말이 있었다. 종로·명동·충무로의 극장가는 도시의 중심이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거리를 걸었다. 1980∼1990년대 단성사·피카디리·서울극장이 삼각형을 이룬 종로3가는 그 상징이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멀티플렉스가 등장해 쇼핑몰과 복합 상권의 핵심 임차인, 이른바 앵커 테넌트가 됐다. 극장이 들어서면 유동 인구가 생기고 식당·카페·상점이 따라 들어왔다. 멀티플렉스 간판은 새 번화가의 표지판이었다.

 

이젠 극장이 상권을 만드는 시대에서, 이미 형성된 상권에 입점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대학가 유동 인구가 줄고 소비 패턴이 변한 신촌, 온라인 소비 확대로 활력이 약해진 동대문에서는 폐점이 이어지는 반면, 신도시처럼 수요가 확인된 곳에는 극장이 들어선다. 역할도 바뀌어 집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을 팔려 한다. 아이맥스·4DX·스크린X 같은 특별관, 리클라이너 좌석, 프리미엄 음향과 대형 화면은 변화의 징후다. ‘오디세이’의 아이맥스 열풍이야말로 그 상징이다. 극장은 모든 동네에 자리한 일상의 소비 공간에서, 특별한 작품과 경험을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 되어간다. 그 변화와 함께 극장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고 걷고 시간을 보내던, 도시의 오래된 한 시절의 풍경도 사라지고 있다.

 

출처: 문화일보(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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