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세종팀 장상민 기자
■ 소소한 복도통신

“목요일에는 현장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원래도 국회 공지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당일까지 안건이 확정되지 않는 건 심각하네요.”
지난 1일 정기국회가 막을 올린 뒤 장관들의 목요일 오후가 사실상 ‘국회 대기 시간’으로 굳어지고 있다. 민생을 논의해야 할 본회의가 도리어 민생행정을 멈춰 세우는 ‘민생정지 본회의’가 됐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사정은 이렇다. 여야 갈등이 격화하면서 본회의 개최 여부부터 쟁점법안의 상정·처리까지 막판 줄다리기 대상이 됐다. 일정이 전날까지 확정되지 않으면 각 부처는 일단 장관의 목요일 오후를 통째로 비워 둔다. 본회의가 열려도 어떤 법안이 상정될지 개의 직전까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세종의사당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으니 장관들은 일단 여의도로 올라가 하염없이 대기한다. 정작 소관 법안이 빠지거나 본회의가 무산되면 비워 둔 일정만 허공으로 사라진다.
웃지 못할 장면도 벌어진다. 관계자들과 점심 식사를 하던 장관이 국회 일정 때문에 황급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서울로 향하는가 하면, 정책을 직접 설명하기 위해 예정했던 생방송 출연까지 취소하는 사례도 있다는 전언이다. 목요일엔 장관 보고도, 결재도 잡기 어렵다는 푸념이 관가 곳곳에서 나온다. 국회 일정이 민생행정의 시간표까지 좌우하는 셈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요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장관의 책무겠으나 전부가 될 수 없다. 정책 현장에서 국민과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와 해법을 논하고, 부처 안의 보고를 받아 결정하는 일도 민생을 움직이는 중요한 고리다. 민생을 외치는 국회가 가끔은 세종 관가의 하소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 문화일보(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