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기자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193(양재동)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청사의 모습./전기병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사표를 제출한 직원에게 휴식을 권고한 후 사직 처리를 한 회사에 대해 법원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액세서리 유통업체가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액세서리 유통업체에서 쇼핑몰 관리 등 영업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2023년 3월 회사 대표에게 ‘팀장·대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힘들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튿날 대표에게 서명하지 않은 사직서를 촬영해 보냈다. 회사 대표는 A씨에게 소속 부서 개편 등으로 대응하겠다며, 당분간 쉬라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 지 나흘 만에 부서장에게서 ‘가해자 분리가 여의치 않아 근로가 어렵게 됐다’며 해고 통보를 받았다. A씨는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회사 대표는 “사직서를 제출받아 수리한 것”이라며 합의에 따라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마찬가지로 A씨 손을 들어주자 회사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근로계약을 종료시키겠다는 확정적 의사 표시가 아니라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사직하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회사 대표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처를 할 것이란 말을 듣고 사직의 의사 표시를 철회한 것”이라며 “회사가 해고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2025.03.11)